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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가 잘못 말한 것들
자유무역 확대는 전세계적인 흐름
기사입력 2011-01-06 오후 10:53:00 | 최종수정 2011-01-06 오후 10:53:17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책 광고, 라디오 인터뷰, 국회 초청 강연회가 이를 말해준다. 책 제목에서 ‘그들’은 신자유주의자들을 말한다. 필자는 25권 넘게 시장경제 관련 책을 써온 자유주의자로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장 교수가 잘못 말한 것들을 듣고만 있을 수 없는 심정이다. 장 교수의 저서는 그 내용 전체가 필자에게는 반론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세 가지 이슈 지적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의 주장 가운데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이슈만 언급하려고 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비판, 둘째, “자유무역으로 잘사는 나라는 거의 없다”라는 주장, 셋째,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 제안 등이다.

첫째, 장 교수는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단정하고,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라고 외친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유토피아가 없듯이 자유시장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듯이 자유시장을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자유시장이 우리를 잘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로 수출주도형 개방정책을 추진하여 자유시장을 확대해 온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세계 일류국가가 되어 있고,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자유시장을 더 열심히 추구해야 한다는 근거다.


실제로 자유시장을 추구한 나라들이 경제부국

신자유주의는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전 영국 수상의 기여로 뿌리를 내렸다. 마가렛 대처가 등장하기까지 영국은 194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보잘 것 없는 나라였다.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1970년대 전반기의 영국은 저성장ㆍ고실업ㆍ인플레이션의 나라로 ‘경제자유’가 한국보다 더 열악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가렛 대처는 1979년 5월 정권을 잡자마자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영국을 시장경제국가로 바꿔놓았다. 이 결과 마가렛 대처는 280여 년 동안 배출된 57명의 수상 가운데 이름 다음에 ‘이즘(ism)’이 붙는 유일한 수상으로 칭송받아, 통치철학은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불린다. 대처의 구조개혁을 교훈 삼아 뉴질랜드와 아일랜드가 구조개혁을 추진하여 시장경제국가로 바뀌어갔다.

이를 지켜본 OECD는 1990년 『구조개혁의 진전』이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여 구조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요약한 후 회원국들에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 보고서에서 OECD가 권고한 구조개혁의 내용은 ① 금융시장: 개방, ② 해외직접투자: 장애요인 감축, ③ 요소시장과 상품시장: 경쟁 강화, ④ 경쟁정책: 규제완화 및 철폐, ⑤ 국제무역: 자유화, ⑥ 농업: 보조금지급 폐지, ⑦ 산업정책: 경쟁력 강화, ⑧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⑨ 공공부문: 민영화 등이다.

OECD가 회원국에 권고한 구조개혁의 내용은 9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구조개혁이란 경제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시장경제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마가렛 대처가 뿌리내리게 한 신자유주의의 핵심내용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장 교수의 표현대로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줄이게 되면 시장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내용이다.

이어 대처리즘은 사회주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고, 독일의 메르켈 수상에게 ‘제2의 대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바지 입은 대처’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이렇게 해서 신자유주의는 뿌리를 굳혀왔다.

장하준 교수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적으로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미국이 잘못된 금융제도를 관리마저 잘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금융위기는 전적으로 신자유주의 탓이 아닌 것이다.


자유무역 확대는 전 세계적인 흐름

둘째, 장 교수는 “자유무역으로 잘사는 나라는 거의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한ㆍ미 FTA 비준을 반대한다. 국제무역이 가트체제에서 우루과이라운드체제를 거쳐 지금은 WTO체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WTO체제에서 FTA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유무역이 한국을 수출규모 7위, 무역규모 9위, 경제규모 13위로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은 1960~1970년대에 수출주도형 개방정책을 도입한 후 자유무역을 확대해 옴으로써 오늘날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폐쇄주의를 고수해 온 북한은 지금 어떤 실정인가? 왜 미국은 크기가 자기 나라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 한국과의 FTA 체결을 바라는가? 왜 EU는, 왜 중국은, 왜 인도는 우리와의 FTA 체결을 바라는가? 우리는 처음으로 칠레와 FTA를 체결하여 얼마나 많은 이득을 얻었는가! 국제무역질서는 WTO체제에서 더욱 더 ‘자유무역’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도 장 교수는 이 같은 변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장 교수는 우리가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인가?


서구 선진국 너도나도 ‘작은 정부’ 지향

셋째,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단정한 장 교수는 책의 끝 부분에 이르러서는 놀랍게도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를 제안한다. 장 교수는 역사의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995~2008년간 OECD 30개국의 정부 규모(GDP 대비 정부 총지출 비율) 변화를 보면 한국을 비롯한 7개국은 증가하고, 나머지 23개국은 감소했다. 증가한 국가 가운데 4개국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렸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OECD 자료만 보더라도 세계는 지금 경쟁적으로 ‘작은 정부’를 향해 변하고 있는데 장 교수만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1990년대 이후 ‘작은 정부’로의 세계적인 변화는 신자유주의의 기여이다.

또 하나 큰 정부와 관련하여 놀라운 것은 장 교수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복지’를 치켜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복지 중심의 ‘큰 정부’를 벗어나 ‘작은 정부’로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995~2008년 13년 동안 이들 국가의 정부 규모(GDP 대비 정부 총지출 비율) 감소는 한마디로 놀랍다. 정부 규모가 핀란드는 61.46%에서 48.95%로, 스웨덴은 65.1%에서 53.06%로, 노르웨이는 50.94%에서 39.95%로 감소했다. 세계가 ‘작은 정부’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복지국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마저 ‘작은 정부’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장 교수는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장 교수가 주장한 내용들을 한국에 있는 경제학자가 썼더라면 과연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을까?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dupark@dankook.ac.kr)

기사제공 : 뉴스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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