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방화3동에 동화같은 국수집이 문을 열었다.
지역의 영신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이재욱 담임목사는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소일거리로 봉사활동 하시면서 고용창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하는 고민에 빠졌고, "동화같은 마을에서 늘 잔칫날처럼 흥겹게 맛볼 수 있는 국수전문점을 생각하다 '동화마을 잔칫날'이 탄생했다"고 한다.
방화동 '동화마을 잔칫날'이 지역민들은 물론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들이 생겼을 만큼 '유명맛집'으로 입소문을 탄지 2년. 지난 5월 말, 2호점이 발산동에 입성했다.

▸'동화마을 잔칫날' 발산점(직영2호점) 전경모습. 오전12시34분, 때맞춘 점심시간이라 빈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손님들이 눈에 띈다. 발산2호점은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4번출구로 나와 약 100미터 내려오면 '미스터피자'가 보이고, 그 바로 뒷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비싼 임대료에 글쎄..."는 괜한 걱정
원래 편의점이 있던 자리였는데, 한달에 천만원이 넘는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자리를 뜬지 한 달. 국수집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변 상인들은 의아해했다. 맞은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방화동에 유명한 국수집이라는데, 글쎄 몇천원짜리 국수팔아서 월세감당이 될지 모르겠네"라며 "잘 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화마을 잔칫날' 발산2호점은 지역의 명물이 됐다. 이른 점심을 챙기려는 회사원에서부터 일부러 걸음하신 동네 어르신들까지 오전 11시부터 국수집은 말그대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데, 점심식사는 보통 오전 11시부터 제공되며 정리를 마치는 시간이 10시이기 때문에 늦어도 9시 전에는 와야 국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동화마을 잔칫날'에는 카운터가 없다. 티켓자동발매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돈을 넣고 표를 발급하면 주방으로 자동 주문된다. 순서를 기다리다 주방에 설치된 LED표시기에 자신의 번호가 뜨면 음식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그리고 다 먹은 빈그릇은 주방쪽에 있는 식기 반납구에 갖다주면 끝. 착한 가격만큼 손님들의 수고도 필요하다.
3천5백원에 무한리필 "뭘 더 바라겠나"
'동화마을 잔칫날'에는 메뉴가 단 4가지 뿐이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만두(김치, 고기)와 도토리 묵국수. 만두(김치, 고기)를 제외한 모든 가격이 3천5백원이다. 게다가 국수 두 가지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무한리필'로 제공된다. 이 역시 방화동 1호점과 마찬가지다.
다만, 방화1호점과 달라진 게 있다면 잔치국수의 가격이다.
이 가게에서 봉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3천원에 판매하던 잔치국수의 가격을 부득이 하게 3천5백원으로 올렸다"면서 "그래도 소고기 고명을 더 올려 손님들에겐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고 있다"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대해 점심시간이면 즐겨 찾는다는 회사원 한 모씨는 "요즘 5천원짜리 점심먹기도 어려운데, 3천5백원으로 먹고싶은 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수집은 세상에 이곳밖에 없을 것"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실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서울시내에 냉면가격이 만원을 넘어섰고, 서민물가의 기준이었던 짜장면도 4천5백원, 5천원을 넘은지 이미 오래다. 이런 마당에 '무한리필'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멸치육수가 시원한 '잔치국수'와 입맛을 "확~" 잡아주는 매운 '비빔국수', 그리고 '김치만두와 고기만두'까지. 어른 네 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건 역시 '무한리필'덕분. 그리고 또 한가지 메뉴인 '도토리 묵국수', 말 그대로 두뚬하게 썰어 내놓은 묵사발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날그날 만들어 내놓는 김치맛도 일품. '동화마을 잔칫날'에 없는 거 딱 하나, 그건 바로 '밥'이다.
동화같은 마을 어디까지 가느냐는 "우리 모두의 몫"
애초에 지역 어르신들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출발한 '동화마을 잔칫날'. 발산2호점도 마찬가지 지역 어르신들과 청년 봉사자들이 식당일을 거들고 있다. 이 모든 게 국수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손님들에게 국수를 무한대로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이 되고 있다.
하루 2~3시간씩 봉사하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지만 더 남아서 일을 거드신다고 한다. 월급 명목으로 20만원이 제공되지만 이마저도 국수집에 헌금되기 일쑤.
봉사에 여념이 없던 한 전도사는 "누구나 시작을 두려워해요. 사실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라며 "저희는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것 뿐이예요. 결국 동화같은 마을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오셔서 국수를 드셔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가슴짠한 여운을 전했다.
이런 노력과 봉사에 힘입어 '동화마을' 발산2호점이 출발은 순탄해보인다. 하루 매출만 100만원~150만원에 이른다니. 그러나 아직 시험단계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은 입소문 탓에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먹는 장사는 얼마나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
하지만 시작이 반이고 그 시작이 좋은 만큼, 게다가 맛은 기본에다 후한 인심까지 더했으니 우려보단 격려와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지사. 더 많은 곳에서 동화같은 일들이 벌어지길 기대해본다.